혼잣말

나이탓

GtheWALKaholic 2020. 3. 7. 21:03

요즘은 누가 뭐만 안좋다고 하면 우스갯소리로 '나이 들어서 그래'라고 받아치는데

실은 내가 요즘 정말 나이 먹은 걸 신체적/정신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 흰머리

이건 이미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터라 새치라고 정신 승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뿌리 염색을 안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지경이다.

얼굴형이 둥글다 보니 저 정도의 흰머리를 기대하지 못하는 탓인지, 사람들이 안타까워 하는 리액션을 해서

그들이 안타까워 하지 않도록 한달에 한번씩 뿌염을 하고 있는데 정말 귀찮아서 못해먹겠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그래봐야 10년 후?-_-) 강경화 장관같이 백발을 하겠다고 생각중.

그러나 그 10년간 뿌염을 계속 할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두피가 간질간질하다.

 

2. 기상시간

내가 아무리 회사를 십수년 다녔다고 해도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현상은 최근에야 이르러서다.

전에는 6시에 일어나서 복닥거리면서 출근 준비하는 네꼬씨를 보고도 졸려서 인사를 못해줬는데

요즘은 그때 나도 눈이 떠져서 다시 자는데 애를 먹거나, 아예 그때부터 나도 깨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옛날에 할머니댁에 가면 할머니는 왜/어떻게 저렇게 새벽부터 바시락 거리시면서 일을 하시나...했더니....

그냥 눈이 떠지는거였어

하.하.하.

 

3. 뻣뻣한몸

원래도 유연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건 좀 다르다

몸을 쭈구렸다가 일어나려고 하면 뭔가 한번에 쭉 펴지는게 아니고 일부러 한참 동안 물에 적셔서 쥐고 있던 스펀지처럼

한번에 펴지는게 아니라 서서히 어, 엌, 으, 엇 이러면서 펴지는 느낌이다.

진짜 저 느낌이다. ㅠㅠ

 

4. 아이고(추임새)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일어났다가 앉을때

꼭 아이고는 아니더라도 추임새가 들어간다......

쓰고나니 나 무슨 '할머니가 되어가는 법'에 대한 간증같다.

물론 예전에도 자꾸 혼잣말을 많이 한다는 얘길 들었지만, 이건 혼잣말이 아니고 나만의 추임새랄까

몸이 안따르니 자꾸 곡 소리나는 추임새만 늘어감

 

5. 시각

확실히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고의 구조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뭘 보든 그대로 받아들이고, 냄비처럼 달아올랐다가 금새 꺼지곤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안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리저리 뒤적여보게 된다.

이게 사실인지, 의도한 바가 있어서 표현이 이렇게 된건지, 상대의 입장이라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젊은 혈기에 의한 건지, 실제 이 값어치를 가지는지 등등...

꼰대화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실제로 저런 면을 짚어봐야하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걸 배워서 말이지.

 

6. 관심사

시각이랑 비슷하지만 이건 나잇대 별로 달라지는 관심사는 어쩔 수 없다는 부분이다.

20대에 정말 좋아 미쳐버릴 것 같은 음악도, 영화도, 문화 생활도 갈수록 열정은 사그라들고 그랬었지 하는 흔적만 남은듯.

지금 당장 애 키우고 회사 다니고 대출 계산해서 갚고 이사 가는거 신경 쓰고 이러기도 바빠 죽겠어서

새로운 문화 생활에 열정을 쏟을 만한 에너지가 남아나질 않는다.

20대 여러분, 나도 옛날엔 그랬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니가 노후 걱정을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ㅜㅜ 흑

 

- 새벽 5시에 눈이 떠져서 일년여 만에 휴면된 계정을 살려가며 이 흔적을 더 늙기 전에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언니/누나가 씀-